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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개인이라고 바꾸어서 생각해보자. 당장 IMF나 금융위기같이 경제위기가 도래한다라고 생각하자. 그러면 개인은 어떠한 것을 준비해야하는 가?

 

첫 번째,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 or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이 안전한지 살펴봐야한다. 즉 자신이 맡고 있는 본업이 안전한 지를 먼저 바라봐야한다. 현금흐름이다.

 

두 번째, 혹시나 직장에 짤리더라도 어느정도 먹고 살만큼의 자산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건물일 수도 있고 현금일 수도 있겠다. 다만, 하루하루 견디기 힘들다면 환금성 높은 자산이면 더욱 더 좋고 현금이 쌓여 있으면 더욱 더 좋겠다. 

 

세 번째, 내가 기존에 가진 부채가 얼마인지 살펴봐야하고 과도한 부채라면 어려운 시기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네 번째, 직장도 잃고 현금도 없고 부채도 많다. 그럼 어디선가 돈을 빌려서 견뎌내야한다. 평소에 내가 주위사람들에게 신의를 잘 지키고 잘 도움을 줬던 사람이라면 신용도가 높을 것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지, 그런 능력은 있는지 살펴봐야한다. 

 

자 다시 위의 내용에서 개인을 기업으로 바꾸어보자. 

  • 첫 번째, 기업의 사업 모델(BM)이 불황을 견뎌낼 수 있는건 지 살펴봐야한다(FCF)

  • 두 번째, 현금성자산이 불황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살펴봐야한다(현금,배당성향)

  • 세 번째, 부채의 양과 질을 따져봐야한다(이자보상비율)

  • 네 번째, 돈을 합리적으로 빌릴 수 있는지 따져봐야한다(신용등급).

불황장에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똑같다. 지금의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사업모델(본업)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안전핀으로 현금성자산을 보유해야한다. 현금이 아니라면 환금성이 뛰어난 단기투자상품도 될 수 있고 건물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차선책이 된다. 그리고 부채가 과도하다면 먼저 레버리지 관리를 해야하며 너무 힘들다면 돈을 합리적으로 빌릴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럼 위의 내용에 해당하는 지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첫 번째, 사업모델을 살펴봐라. 이것은 정성적인 분석이 가미되어야 한다. 현재의 위기와 무관하게 실적을 잘 낼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한다. 사업모델이 강력하다면 실적은 뒤 따라 나올 것이다. 여기서 바라봐야할 또 한가지 지표는 "현금흐름표"다. 당기순이익을 보지 마라. 불황장이 도래하면 실질적인 현금창출능력이 최고다. 대체로 FCF인 잉여현금흐름이 실질적으로 해당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회계적 이익인 당기순이익에 집중하지마라. 당기순이익은 종이 쪼가리에 적힌 이익에 불과하고 현금흐름표에 찍힌 이익이 실질적인 현금 유동성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예를 보자. 아래는 대우조선해양의 손익계산서 및 현금흐름표다. 17년 대우조선해양의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은 6,450억이다. 그렇다면 해당 수치만큼 현금이 유입되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현금흐름표의 영업현금흐름(OCF)은 1조가량 유출되었고 유무형자산취득(CAPEX)을 위해 1,150억원가량을 사용했다. 즉 잉여현금흐름(FCF)은 1조 1,150억원가량 유출된 것이다. 즉 회계적 이익은 이익처럼 나와있지만 실질적으로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에서 유무형자산의 필수투자비용을 감안한다면 1조 1,150억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대우조선해양은 단기차입금을 빌려서 해당 금액으로 영업활동도 영위하고 빚도 갚는 행위를 하게 된다(재무활동현금흐름). 이처럼 당기순이익은 회계적 이익에 불과하기에 불황장일수록 더욱 더 현금흐름표에 집중해야하고 잉여현금흐름을 살펴봐야한다. 위기에는 이쁘게 포장된 숫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현금보유액이다. 이건 간단하다. 재무상태표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넓게는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하며 더 넓혀보면 환금성이 뛰어난 자산은 모두 해당되겠다. 자신이 배당주에 투자하고 있다면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지급 가능한 배당지급연수를 따져보는 것도 효율적이다. 가령 현재 현금보유액이 2억이 있고 해당 기업의 연 배당금이 1억이라면..이 기업은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서도 2년동안은 배당을 지급할 여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배당성향도 살펴봐야 하는데..당기순이익 기준의 배당성향을 보지마라. 앞에서 첫 번째에서 언급했던 이유와 동일하다. 실질적인 현금흐름기준인 FCF 기준으로 배당성향을 바라보는 것이 보다 실질적인 방안이다. 연 배당금 ÷ FCF = FCF 기준 배당성향이다. 불황에는 현금이 왕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닮아 있다. 부채의 양과 질을 확인하기 위해서 필요한 첫 번째 지표는 "이자보상비율"이 되겠다. 해당 비율은 영업이익 ÷ 이자비용 인데..개인적으로 현금흐름표를 잘 볼 수 있다면 해당지표는 크게 필요없다고 본다. 어차피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이자 비용지급에 따른 현금유출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 알아두는 것이 좋다. 해당 비율은 높을수록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잘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가령 이자보상비율이 10이라는 뜻은 현재의 영업이익으로 10년간의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부채에는 이자발생부채와 비이자발생부채가 존재하는데 이자발생부채는 회사채, 기업어음, 장단기차입금등이 해당되며 비이자발생부채는 매입채무, 미지급비용등이 된다. 이자발생부채의 조달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이다. 보통 회사채 기준으로 BB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되고 BBB이상은 투자등급으로 분류된다. 투기등급으로 갈수록 조달금리는 높아지기때문에 현재 지급하는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킴과 동시에 향후 추가적으로 부채를 발행할때도 높은 금리로 빌릴 수 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어느정도 되며 해당 기업이 지급하고 있는 금융비용을 이자발생부채로 나누어보면 평균지급이자율이 나온다. 실적이 불안전한 투기등급이면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빚을 낼 수 밖에 없다. 아래는 18년도 흥아해운의 사업보고서다. 보통 신용등급에 대한 것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시스템에서 회사의 개요 or 사업의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고 부채에 따른 이자율은 재무제표 주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인 금리가 높다..단기 Libor를 반영하면 최소 4~5% 수준의 금리고 6%대의 부채도 존재한다. 

 

▶ CP와 회사채의 신용등급 기준에 대해 알아보자(지난 글)

 

반면 폐기물 처리업체인 코엔텍의 차입이자율을 보자. 1.5%다. 폐기물처리업체로써 신용등급이 우수하고 그에 따라 이자율도 낮게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신용등급은 향후에 내가 돈을 빌릴때 보다 싸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기업의 사업모델이 해당 위기속에서도 실적을 낼 수 있는지, 그로 인한 실질적인 현금흐름 창출력은 출중한지, 현금보유액은 충분한지, 부채의 양과 질은 적절하며 신용등급은 양호한 지를 살펴봐야한다. 위기속에서는 살아남는 놈이 강한 것이다. 개인 투자자든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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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투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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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공부 가이드북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됩니다. 투자자를 위한 기초 회계지식에서부터 필자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콘텐츠가 되겠습니다. 아래의 목차에서 자신이 보고자 하는 콘텐츠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해당 내용으로 넘어갑니다. 모두 성공적인 투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유익하다고 판단된다면 해당 링크를 마음껏 공유해주셔도 무방합니다.

 

『어쩌다 회계공부 시리즈』

■ 회계공부가 필요한 이유 - 필자의 경험
■ 재무제표의 종류(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 주석)

 

『투자 상식』

■ 공매도와 업틱룰 이해하기

■ 시장조성자제도란?
■ 강세장과 약세장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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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다보니 회계공부 시리즈는 순수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가는 회계공부 이야기가 되겠다. 서문의 시작과 함께 본론의 다양한 기업의 예는 실제로 필자가 투자를 했거나 관심을 가졌던 종목을 선정하였으며 내용 곳곳에 녹여져 있는 경험은 순수하게 나의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더욱 뜻 깊고 나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기쁜 마음이다. 

 

제목을 어쩌다보니 회계공부라고 명명한 것은 내가 투자를 시작하고 회계공부를 시작한 모든 것이 필연이 아닌 우연으로 시작된 것이며 그러한 상황들을 놓고 본다면 "어쩌다" 시작했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우연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009년 대학교에서 시행했던 모의투자를 제외하고 주식투자를 정식으로 입문한 건 2014년이 되겠다. 과거로 돌아가 투자의 시작을 돌이켜보면 난 성공적인 투자자도 아닐 뿐더러 회계학에 대해 관심이 전무한 아이였다. 

 

2006년 부산의 한 대학에 입학한 나는 금융공학도를 꿈꾸었다. 당시 교과과정은 경영학부로 입학하여 2학년때 학과가 나뉘는 구조였다. 학부생때의 학점에 따라 금융공학, 경영학과, 회계학과를 선택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금융공학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고 나 또한 해당 학과를 위해 경영학부에 지원했다. 하지만 노는 것에 심취한 나머지 학점을 등한시했다. 원래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지 않나. 정말 신나게 놀아버렸다. 결과는 뻔했다. 나는 금융공학과에 지원했지만 학점이 모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회계학과에 배정되었다. 그 당시 학점이 우수한 학생들은 모두 금융공학과를 1순위로 지망했으며 회계학과는 3순위로 가장 인기 없는 학과였다. 회계학도의 이미지가 고시를 준비하며 독서실에만 앉아 공부하는 이미지였고 차변이니 대변이니 하는 회계용어에서부터 학생들에게 흥미를 가져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나가면서 쳐다보던 회계학과 선배들의 뒤통수가 내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어쩌다 회계학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 

 

회계학도라면 한번쯤은 도전한다는 회계사 시험에도 응시했지만 끈기있게 해내지 못했다. 의무적으로 시험에 응했다고 할까, 회계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이 컸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이도 저도 아닌 회계학도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취업을 할 시기가 왔다. 먹고는 살아야 했으니 이곳 저곳 원서를 넣었다. 솔직히 회계학은 나와 맞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동아리 생활을 하며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던 나는 영업 부문에 다수의 지원서를 넣게 된다. 하지만 모두 떨어지고 만다. 

 

그 이후 울며 겨자먹기로 회계학 전공과 관련한 직무에 지원한다. 모두 다 붙게 된다. 그렇다. 난 또 다시 기업체에서도 어쩌다 보니 회계 직무로 일하게 된다. 나는 회계 중에서도 원가회계 직무를 맡게된다. 

※ 원가회계 : 제조원가를 산출, 검증하는 업무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먹고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대학교에서 직장까지. 우연인 듯 필연인, 필연 인 듯 우연인 회계와의 동행이 시작된다. 2014년 난 제조업 공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원가회계는 제조업 중 가장 높은 원가율을 차지하는 매출원가에 대한 계산과 검증을 담당하게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원가회계직무에 첫 발을 내 딛었다. 재밌었다. 학교에서 배우던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몸소 느껴보니 과거에 배웠던 지식들이 다르게 느껴졌다. 돈을 버는 것도 재밌었다. 

 

※ 제조현장에서 발생하는 원가는 모두 "매출원가"로 귀속되며 영업, 구매, 마케팅등 본사에서 발생하는 비용등은 "판관비"에 귀속된다.

 

그런데 사람이 돈이 생기면 뭐를 해보고 싶지 않나. 그래도 나름 투자와 관련된 학과를 나왔으니 주식투자를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때는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용돈 정도만 벌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옆 자리에서 일하던 과장님도 주식을 통해 돈을 만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솔깃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회계학과면 재무제표를 다 뜯어보고 투자할 것이라는 오해말이다. 그렇지 않다. 내 주위에 회계사 친구들이 많지만 모두가 그렇게 투자하진 않는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사람도 더러 있으며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모든 회계학도와 회계사들이 정석 투자를 고집하지 않는다. 왜냐면 욕심이 앞서고 공부하기 귀찮기 때문이다. 요행을 통해 돈을 벌고 싶어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처음 시작은 중국 관련 테마주였던 중국원양자원이었다. 2014~15년 중국 관련 테마주가 뜨던 시기 재무제표에 대한 분석 없이 투자를 진행했다. 결과는 일주일사이에 30%이상 손실을 보고 처분했다. 

 

또 다른 투자는 차트 투자로 접근했던 팬오션이었다. 사실 차트 투자라고 할 것도 없이 차트상 충분히 떨어진 것 같아 매수했던 것 뿐이다. 당시 STX 팬오션은 조선호황기 시절에 끝도 없이 상승하던 주식이었으나 2013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온 유동성 위기로 인해 STX 팬오션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과거 20만원을 넘어가던 주식은 끝없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이런 기업에 나는 왜 눈길을 줬을까? 바로 욕심과 과거의 차트였다. 20만원이 넘어가던 주식이니 곧 다시 반등하리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2015년 2월쯤, 난 그간 모았던 씨드머니로 팬오션에 투자했다. 내가 투자한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었던 팬오션은 끊임 없이 출자전환을 지속했다. 출자전환은 기존 채권단의 부채를 주식으로 바꾸어주는 것인데 주주의 입장에서는 발행수가 많아져 주주의 이익이 희석되며 보통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채를 갚을 수 없거나 경영이 악화되는 기업에게 이루어지는 조치다. 얼마 후 팬오션에 대한 하림그룹의 인수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채권단과 하림측의 거래조건은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1.25 대 1의 무상감자를 선행적으로 추진하고 채권단의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조건이었으며 하림측이 유상증자를 통해 3자 배정을 받는 조건이었다. 무상감자는 통상적으로 주주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된다. 자본총계의 변화는 없으나 자신의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주가는 주식수 감소분만큼 상승조정되어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만 시장에서는 무상감자 발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보통 주가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인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및 하림측의 3자배정 유상증자 역시 발행수를 늘려 주주의 이익을 희석시킨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는가? 그렇다. 나도 그때는 뭐가 뭔지 몰랐다. 분명한 건 주주에게 불리했고 손실을 유발하는 거래였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소액주주에게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나는 그제서야 투자의 시작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2015년 2월에 샀던 주식은 2015년 7월 감자에 따른 거래재개 이후에 모두 처분했다. 30% 이상의 손실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과거 공시들을 찾아보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쉽게 돈을 벌고 싶었고 공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건 그냥 게을렀다. 그 게으름이 수많은 손실을 안겨다주었다. 

 

그 뒤에는 어땠냐고? 사람 쉽게 안 변하더라. 우선주, 대선주. 지속적으로 실패했다. 

 

그렇다. 

 

이것이 투자의 시작이었음과 동시에 한동안 주식투자를 떠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14~15년 투자는 실패로 끝났다. 나는 주식시장을 한동안 떠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사회생활을 첫 시작한 신입사원에게는 가볍지 않은 돈이었다. 어머니가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며 등짝을 후려쳤던 것이 기억난다. 사실 우리 집안 남자들이 사고를 많이 쳤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나는 그 피를 피해가지 못했다. 

 

어머니는 주식투자에 대한 실패를 듣고 난 이후 나의 통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6년부터 17년초까지 내 통장은 더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돈은 차곡차곡 모였다. 어느덧 4000만원 가량이 모였다. 난 차를 구입했다. 그것도 일시불로. 그간 모아온 돈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허무했다. 

 

그때 다시 한번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투자본능이 일어났다. 

 

아, 이대로 살아가다보면 답이 없겠구나. 오랫동안 모은 돈이 한순간 소비로 사라지고 남는 것은 차 하나가 되어버리니 불안했다. 빚은 최대한 지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던 시기다. 

 

차를 구입하고 난 후, 경제권을 다시 돌려받았다.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돈을 모아갔다. 시드머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천만원 남짓으로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 또 테마주에 기웃거리며 손실을 봤다. 물론 이익을 볼때도 있었지만 평균을 내보면 0원에 수렴했다. 

 

그러다 내 투자인생에 전환점이 온다. 

 

나의 직무는 공장 내 발생하는 원가를 분석하고 비용을 절감할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회사 전체의 원가구조를 경쟁사와 분석해서 장단점을 분석하는 기획업무도 병행했다. 본사에서 근무하던 기획 부서 출신의 공장장님이 부임한 이후 나에게 경쟁사에 대한 재무분석을 의뢰했다. 경쟁사의 장단점을 분석한 후 우리 회사와 비교해보라는 것이었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에 대한 전략방향을 어떻게 나아갈 지 고민해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간 잘 들여다보지 않던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서 경쟁사의 과거 사업보고서를 다운받았다. 사업의 내용부터 재무제표까지 꼼꼼하게 읽고 분석했다. 동종업계라 내용에 대한 이해도 빨랐고 명확하게 비교가 되었다. 

 

분석을 하면 할수록 좋은 회사라고 판단했다. 주위 선임들에게 해당 회사에 대한 평판과 더불어 영업환경, 전략에 대해서도 물었다. 보고서외에도 사람들을 통해 조사를 병행했다. 같은 업계라 그런지 다양한 정보들을 취합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이 회사의 연구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게 되고 재무제표 내 연구인력 및 연구개발비용을 비교해보았다. 월등하게 앞섰다. 심지어 연구개발을 통한 제품의 품질 역시 좋았으며 소비자의 호응도 좋았다. 

 

이때였다. 이 회사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점이. 매일유업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12월 매수한 매일유업은 이후 큰폭의 상승세를 맞이하게 된다. 물론 중도에 매도를 했기에 큰 수익률은 아니었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사업내용부터 재무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성공한 첫 경험이었다. 

 

 

이 경험은 내가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재무제표의 숫자를 통해 회사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업의 내용부터 재무제표까지 모두다 살펴보면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골라낼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어쩌다 상사의 지시로 경쟁사에 대한 사업보고서를 보게되고 분석을 하게 되었으며 투자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회계에 대한 중요성과 사업보고서를 접근하는 올바른 방법론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의 제대로 된 투자의 시작은 2017년 12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쩌다 회계학도가 되었지만 투자를 하는 긴 시간동안 회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저 학문적 지식으로 남아있었고 실제로 활용하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돈을 벌기 위해 요행을 부렸고 욕심만 컸다. 그래서 테마주만을 쫓아다녔고 단타매매에만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회계는 중요하다. 돈을 잃는 가능성을 낮춰주는 도구다. 회계를 많이 안다고 해서 큰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회계지식을 알고 투자에 활용한다면 적어도 큰 손실을 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모든 회계지식을 알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지금 회계사 시험을 칠려는 것이 아니지 않나. 차변, 대변등 회계 분개를 알 필요도 없다. 

 

투자를 위해서 최소한 알아야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 나와 그 이야기를 해보자. 기본적인 재무제표를 읽는 것부터 그 속에서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에 대해서 말이다. 

 

조금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다소 지루한 여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이 향후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보장한다. 

 

이제부터 이 글을 다 읽은 여러분도 

 

어쩌다보니 회계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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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투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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